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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정규 앨범 리뷰

힙합씬의 사기케릭 더블 K의 두번째 앨범

by 길브로 2010. 7. 14.
요즘 뒤늦게 힙합에 빠져 사는 중에 마침 더블 K의 앨범이 나온지라 생각없이 신청했는데, 당첨이 되었군요. 흠흠.. 겉핧기 식으로 힙합을 들은지라 부담이 되기도 하지만, 매니아적이 아닌 평범한 힙합팬으로서 평범하지만 가볍진 않게 한번 써보도록 하지요. 제가 호주에 거주중이라 언제나 새 음반을 샀을때 설레는 마음으로 따끈한 시디를 열어보는 기분을 느끼지 못하는 게 좀 아쉽네요.





여는 글  

힙합팬들이 오매불망 기다리던 더블 K의 두번째 앨범이 6년간의 공백을 깨고 이번 5월에 출시했다. 힙합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한번 들어볼까 말까한 이름이지만, 외모완 다르게 아주 공격적인 랩핑으로 힙합계에선 Killa Korean라 불리우는 그야말로 한국 힙합씬의 사기케릭으로 통한다. 

그에 대한 소개를 짧막하게 하자면, 본명은 손창일 (82.01.01) 올해 28살로 (나랑 동갑이었군..) 오하이오주립대학을 나온 유학파이다. 2004년에 발매된 1집 'Positive Mine'이란 앨범으로 데뷔하였고, 데뷔와 동시에 최고의 힙합 유망주로 각광받았다. 1집 이후 2집 발매전인 6년 동안 앨범 대신 활발한 피쳐링으로 활동하였다 (대충 세어보니 40여 앨범에 피쳐링으로 참가했네요). 그 후 소속사를 바비킴, 부가킹즈, 변진섭, 길학미가 속한 오스카 이엔티로 소속사를 옮겨 올 5월 6년만에 2집으로 돌아왔다.

데뷔와 동시에 각광을 받고, 그 많은 피쳐링을 하면서 왜 이렇게 더블 K는 대중적으로 뜨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 열쇠는 대중성이란 말에서 얻을 수 있을것이다. 더블 K의 데뷔곡인 '니가 날 떠나면 안되는 이유' 를 들어보면 알겠지만, 상당히 대중성이 강한 사랑노래이다. 또한 더블 K의 외모자체도 흔히 랩퍼하면 떠오르는 거친 인상이 아니라 깔끔하고 어떻게 보면 귀엽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의 랩은 거칠다. 대중적인 사랑노래에서 보다 무언가에 대항하고 비판하고 공격하는 노래에서의 그의 랩이 더욱 빛을 발한다. 물론 대중적인 노래에서 그의 랩이 떨어진다는 말은 아니지만, 매니악적인 노래에서의 그의 실력이 십분 발휘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스타일이 다듀나 슈프림팀 같이 대중적으로 크게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인 것이지만, 이건 어쩔수 없이 타고 났다고 봐야 하는게 맞다. 성시경이 아무리 노력해도 '미소천사'가 우리에게 어색하게 들리는 것처럼 가수의 감성은 타고 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앨범의 그는 그 이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어그레시브한 모습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고, 6년 동안의 수많은 피쳐링으로 적지않는 매니아들과, 더이상 소수의 음악이 아닌 더욱 성장한 힙합 음악의 입지를 토대로 한국 힙합의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할 더블 K의 모습을 볼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록곡  

1. Intro
2. Follow
3. On Fire
4. Seoul (Featuring Ali)
5. Favorite Music (Featuring 길학미)
6. Tragedy (Featuring Table, Yankie)
7. 요즘 (Crazy)
8. Let's Go Shopping (Featuring 길학미)
9. Playa Love (Featuring 린)
10. Rock Star
11. Advice (Featuring Sean2Slow, Dok2)
12. Damn U (Featuring Bizzy B)
13. Fake Drama (Featuring Rado)
14. 검은 눈물 (Featuring Ali)
15. 너의 숨결
16. 고해성사 (Featuring 정표)
17. (Bonus Track) Mic를 잡는 매 순간



 ▲ 'Favorite Music' 뮤직비디오



앨범 리뷰  

앨범은 인트로와 보너스 트랙 포함 총 17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6년간의 공백때문인지 아주 푸짐하게도 많은 곡이 담겨있다. 힙합 앨범인지라 피쳐링 진을 살피지 않을 수가 없는데, 우선 타이틀 곡을 포함해 두 곡에 참여한 슈퍼스타 K 출신 길학미가 눈에 띈다. 이건 소속사의 영향이 클테고, 힙합씬에서 활동이 활발한 명품 보컬 Ali와 린, 그리고 무브먼트 식구인 Tablo, Yankie, Sean2Slow, Dok2 그리고 Bizzy 등의 화려한 피쳐링 진이 포진되어 있다. 하지만 앨범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누가 가수이고 누가 피쳐링인지 모를 피쳐링 범벅의 여느 곡들과는 달리 곡을 살려줄수 있을만큼을 배치해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잘 표현해냈다 (이게 피쳐링의 본래 목적이지). 

Intro를 지나 만나게되는 사실상 앨범을 여는 곡 인 두번째 트랙 Follow는 시원스런 멜로디와 더블 K의랩핑이 어우러져 앨범 첫 곡으로 손색이 없다. 

3번째 곡 On Fire는 군데군데 탄성을 자야내는 펀치라인이 귀를 즐겁게 하지만 단순하고 너무 길게 느껴지는 Bridge가 신나는 곡을 어딘가 지루하게 만들어버리는 게 조금 아쉽다.

앨범 곳곳에 삭막한 현대 도시 사회를 비판하는 곡들이 있는데 (앨범 표지를 자세히 보면 빌딩들이 들어가 있는게 이런 이유?), 이 Seoul이란 곡은 제목부터 이런 생각을 아주 대놓고 보여주고 있다. 역시 알리의 보컬은 아주 명품이다~

이쯤에서 나오는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인 Favorite Music. 자, 노래를 잘 들어보자. 어떤가? 우선 멜로디가 상당히 괜찮다. 대중들의 귀를 끌만한 신나는 멜로디에 더블 K의 랩도 잘 버무려져 있고, 신인가수인 길학미의 노래 실력도 상당히 좋다. 하지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멜로디는 쉽고 신나지만, 곡을 듣고 난뒤 귀를 사로잡는 임팩트있는 가사가 없다. 자고로, 랩송이라면 듣는 이로 하여금 피식 웃게 만들거나 아~ 하고 끄덕일수 있는 펀치라인이나 라임의 배치가 묘미인데, 더블 K가 펀치라인을 즐겨쓰는 랩퍼가 아니긴 하지만 찾아보기가 힘들다. 아마도 타이틀곡이니 만큼 대중적으로 편하게 듣고 즐길수 있게 만들어서 일까?

Tragedy (비극), 이 곡은 더블 K, 타블로, Yankie가 악플로 이 세상을 등진 故 최진실과 장자연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다. 이 셋이 모여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 곡을 써보자는 얘기를 하다 그 자리로 바로 작업한 곡이라고 한다.


자 싸이월드 배경음으로 지정할 세련되고 사랑스러운 랩송을 찾고 있는가? 이 곡을 추천한다. 랩퍼들에게 사랑받는 피쳐링가수 린이 참여한 Playa Love. "봄이 자연을 대하듯 나는 널 그렇게 대하리"  난 이부분이 참 좋더군.

앨범 17곡 중 가장 좋았던 곡은 바로 11번 트랙의 Advice다. 간지로 치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Dok2와 피쳐링 다작의 황제 Sean2Slow는 과연 명불허전이다. 그간 Dok2는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그리 즐겨 듣진 않았는데, 날카로운 목소리에 파워풀한 랩핑으로 듣는 내내 듣기 좋은 긴장감을 만들어준다. 이 곡의 더블 K의 파트는 앨범 통틀어 가장 멋지다. 그의 랩핑을 듣고 있노라면 웬지 가슴이 두근거려 바로 클럽으로 달려가 두 손을 좌우로 흔들어 제끼고 싶은 충동을 들게 만든다.

너무도 매력적인 스타일을 가진 Bizzy가 참여한 Damn U. Bizzy의 랩을 기대했건만 왜 Bridge만 부른거야ㅜㅜ 당신 목소리 듣고 싶어서 몇마디 안되는 피쳐링으로 참여한 곡 골라서 듣게 만들지 말라고. 두번째 앨범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으니까.

16번째에는 특이한 곡이 하나 있다. 故 김수환 추기경의 생전 음성이 담긴 이 고해성사란 곡은 더블 K 자신의 반성이 담긴 노래이다. 자신보다 더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진솔한 생각을 담은 곡이다. 그가 쓴 일기장을 읽어주는 듯한 좋은 느낌을 주는 노래지만, 아주 끈적하고 야한 바로 전 트랙 '너의 숨결'을 듣고 바로 이어 이 노래에 공감을 이끌어 낼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앨범의 흐름을 위해 15번째 곡을 다른 곡으로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17번째 곡인 히든 트랙 마이크를 잡는 매 순간이란 곡은 빅맥 (Big Mack)의 추모앨범인 Big Brotha의 1번에 수록되었던 곡이다. 예전에 들었을 때도 느낀거지만 자신의 매력적인 목소리를 두고 굳이 대놓고 Lil Wayne을 따라 했어야 했는지 의문이다, 덕지덕지 붙여놓은 오토튠까지도.



마치며...  

앨범의 전체적인 완성도는 굉장이 높은 편이다. 들을 거리도 풍성한데다, 녹슬지 않은 폭풍 랩을 구사해주시는 더블 K의 목소리도 반갑기만 하다. 거기다 힙합 앨범이라면 하나 넣을 법도 한 단체곡도 넣지 않고 자신만의 목소리를 더욱 표현하려 한것도 더블 K가 얼마나 이 앨범에 공을 들였는지 보여준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곡수가 많기는 하지만, 귀를 사로잡는 임팩트 있는 곡이 부족한 건 사실이고, 직접 프로듀싱을 했는데, 앨범을 멋진 종합선물세트로 만들어내는 프로듀싱에 능력에 약간의 의문감을 갖게 만드는 건 사실이다. 

대한민국 힙합의 사기케릭 더블 K. 힙합계에서 그의 명성에 비해 이제 겨우 두번째 앨범이라는게 말이 되는가? 다음 앨범을 이제 얼마나 기다려야 될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다음이 그리고 미래가 기대대는 괴물같은 그의 세번째를 벌써부터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