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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정규 앨범 리뷰

Dirty South Korean Dok2(도끼)의 10년만의 첫 정규 앨범 - Hustle Real Hard

by 길브로 2011. 5. 15.

 
  여는 글

힙합 앨범을 리뷰할때는 늘 고민이 많다. 주로 좋아하는 장르가 밴드음악일뿐더러, 힙합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거 고작 1~2년 남짓이라 수박 겉만 핥은 수준이니 제대로 된 리뷰가 나오겠는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앨범은 그냥 넘기기에는 유혹이 너무 크다. 이미 2011년 힙합씬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어버린 Dok2 (도끼)의 10년만의 첫 정규 앨범이기 때문이다.

우선 도끼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본명은 이준경, 올해 22세인 1990년 생으로 데뷔 후 10년이라는 세월에 걸맞지 않은 어린 나이로 힙합계의 최연소라는 수식어는 독차지 하고 있다. 도끼라는 이름은 삭발하고 라인을 팠을때 마치 도끼 모양 같다고 한데서 따와 현재는 영어표기인 Dok2와 같이 사용하고 있다. 고집있게 생겼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일본말에서 따온 Gonzo, 그 외 young king young boss, dirty south Korean, notorious kid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도끼가 12세이었던 당시 데모테입을 조PD에게 보내 발탁되면서 그의 음악 인생이 시작되었고, 15세 되던해 다이나믹 듀오의 '서커스'에 랩 피쳐링과 프로듀싱으로 충격적인 데뷔를 하였다. 이후 2인조인 '올블랙'으로 활동했으나 소속사 이견 차이와 마이크로닷이 뉴질랜드로 돌아감으로 인해 사실상 해체되고 2007년 솔로로 전향해 각종 피쳐링 참여, 믹스테입, EP 등을 내며 활발히 활동하다 2011년 The Quiett과 손잡고 힙합 레이블 '1llionaire Records'를 설립하고 10년만에 내는 첫 정규 앨범을 선보였다. (http://www.illionaire.kr 참조)

 

2008년 7월 Thouderground Musik Mixtape Vol.1을 발매하며 Thouderground라는 언더도 오버도 아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겠다는 포부로 시작된 그의 솔로 데뷔는 헤비 리스너들에게는 마치 흑인의 그것과 같은 리듬감과 공격적인 랩핑 스타일로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오버에 어필할만큼 대중적이지 못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맵더소울의 에픽하이와 손잡고 발매한 2장의 믹스테잎과 EP, 그리고 여러 가수들과의 꾸준한 콜라보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어느정도 성공을 했고, 그 정점을 찍은 것이 바로 이번 앨범이다. 이런 의미에서 정규 앨범의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할수 있다. 어느정도 상승한 인지도를 업고, 언더와 오버의 리스너들의 만족시킬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 낼수 있다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힙합플레이야와의 인터뷰에서 언급했듯이, 뜨기 위해 서두르다 한두장 앨범 내고 사라져버리는 래퍼들과는 달리 천천히 인지도를 쌓고 후회하지 않는 앨범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데뷔 10주년이 되는 해에 앨범을 내고 싶었다는 그의 전략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 할수 있겠다.




 
  수록곡

1. 1llionaire Begins
2. It's Gon' Shine
3. 그때 Goodday (feat. Bumkey)
4. That's Me (feat. Rado)
5. My Girl
6. My Love (feat. JayPark)
7. 음악을 멈추지마
8. I Am What I Am
9. 절대 (feat. YDG)
10. Q.W.N.A (Question With No Answer)
11. Hustle Real Hard (feat. Soulja Boy)
12. On My Way (feat. Zion.T)
13. Mr.Independent2 (feat. Beenzino & The Quiett)
14. Come Closer / Flow 2 Nite (feat. Rado & The Quiett)

추천곡 : 2, 3, 6, 10, 13

 


 
  후기

10년만의 첫 정규 앨범인만큼 총 14개 트랙으로 들을 거리는 풍성하다. 음악적 균형과 소재의 다양화를 위해 러브송과 swag 소재의 곡들, 그리고 자신의 'hustle'함을 표현하는 곡들을 배합해 대중성과 래퍼로서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을 한 흔적을 엿볼수 있다. 피쳐링진도 역시나 막강하다. 올블랙 시절 같은 소속사 였던 Bumkey, 익숙한 이름의 YDG, The Quiett, Beenzino, JayPark(박재범)등과 역시 화제거리인 Soulja Boy도 눈에 띈다.

앨범의 타이틀인, Hustle Real Hard 라는 말은 'Work Real Hard'라는 뜻으로 해석할수 있는데, 이는 도끼가 음악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가 '진짜'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자신이 괜찮은 '놈'이라는 것을 앨범 전체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다. 그때 Goodday, That's Me, On My Way 에서 볼수 있는 다소 진지한 소재의 자서적인 모습과 음악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말하고 있는 '음악을 멈추지마', 지자랑하는 Swag 소재의 It's Gon' ShineMr. Independent2 등의 곡들이 말하고 있는 것은 곧 다양한 자신의 모습들인 것이다. 이 앨범의 완성도가 굉장히 높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첫 트랙부터 끝까지 앨범을 듣고 나면 도끼가 말하고자 하는 자신의 'Hustle'함에 공감할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다소 진지할수 있는 소재에 도끼가 지향하는 dirty south 힙합의 형태가 더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도끼의 균형감을 절묘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것이 이 앨범 그 자체이자 제목인 Hustle Real Hard 인 것이다.

귀에 들어오는 몇몇 트랙을 살펴보도록 하자. 바로 두번째 트랙인 It's Gon' Shine이 귀를 잡아 이끈다. 개인적으로는 앨범에서 Q.W.N.A와 함께 베스트 트랙으로 꼽고 싶다. 첫 마디부터 강하게 들어오는 비트와 키보드가 분위기를 압도하며 '손 모아 기도해 상대가 누구든 'motha fucka i just killed him' 의 마지막 가사처럼 도끼의 제대로된 swagging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두번째 벌스에서 비트를 올리며 평소완 다른 스피디한 랩핑을 선보인 것이 곡의 묘미이다. 앨범수록곡 중에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것이 그때 Goodday인데 벌스1은 올블랙 계약했을때, 2는 올블랙 활동중, 3은 소속사를 벗어난 후의 생각을 표현해 내고 싶어 일부러 계약이 끝나기 까지 기다렸다 완성시켰다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는 곡이다. 앨범 타이틀 곡인 My Love는 도끼와 평소 친분이 두터운 JayPark의 피쳐링으로 화제가 된 곡인데, 재범의 보컬이 이 정도 였던가 하는 놀라움과 도끼가 추구하는Thundergound의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다. Soulja Boy가 피쳐링에 참여한 걸로 화제가 됐던 Hustle Real Hard는 솔자보이의 랩핑에 대해 실망이 크다는 얘기가 많은데, 실력은 제쳐두고라도 오토튠을 많이도 덕지덕지 붙여놔서 오히려 곡에 녹아들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는 했지만, 뭐 도끼 자신은 만족한다니까. 그리고 6월에 도끼의 콘서트에서 1llionaire의 다음 멤버가 공개된다던데, 아무래도 13번째 트랙 Mr.Independent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절친하다고 알려진 도끼와 재범, 요즘 JayPark의 피쳐링으로 TV에서 자주 볼수 있다.)

기대한 만큼이라던가, 명불허전이라는 말을 붙이기에 딱 좋은 앨범이 아닌가 생각한다. 날카롭고 공격적인 도끼의 랩핍은 이미 정평이 나 있는 상태지만, 그에 못지않게 창작과 프로듀싱도 그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시원하게 보여줬다. 우선 강렬한 비트야 말할 것이 없고 (음악을 멈추지마 같이 훅에서 같은 가사를 여러번 반복하는데 지루함이 없는 것은 비트 덕분이다), 키보드의 멜로디 또한 과하지 않게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다 (특히 It's Gon' Shine, Come Closer/Flow 2 Nite). 절대에서의 YDG 이나, My Girl에서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처럼 곡에 따라 필요한 곳은 최적의 피쳐링을 배치하고 혼자 소화해 낼줄도 아는 노련함도 가지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을 몇가지 꼽아보자면, 예전부터 꾸준히 리스너들이 얘기해오던 랩핑 스타일의 단조롭움. 실력 자체는 의심할 여부가 없으나 타고난 낮고 거친 목소리 톤에서 오는 한계일수도 있다. 하지만 'It's Gon Shine'이나 'Q.W.N.A'에서 평소와 달리 업템포의 랩핑을 시도한 것과 그 결과물이 나쁘지 않다는데서 도끼도 자신이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수록곡들의 소재가 비슷하다는 데서 올수 있는 트랙간의 유사성(특히 7, 8번트랙은 비트나 곡의 전개가 아주 비슷하다)도 자칫하면 앨범 전체를 듣는데 지루함을 유발할 수도 있다.

도끼의 정규앨범을 팬들은 애타게 기다렸지만, 정작 자신은 서두른 기색이 하나도 없어보인다. 진득하고, 끈기있는 뮤지션으로서의 모습을 22세의 어린 나이에 벌써 보이고 있는 도끼는 정규 앨범 마스터링이 끝나자 마자 바로 다음 앨범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다음 앨범은 정통 dirty south로 제대로 된 swagger 트랙들로 채운다고 한다. 근면한 뮤지션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 도끼이기에 몇달안에 새로운 앨범을 만나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