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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정규 앨범 리뷰

신개념 레게를 보여주는 소울 스테디 락커스의 두번째 EP <R> 리뷰

by 길브로 2010. 8. 9.



  여는 글

"레게 (Reggae)", 우리나라 음악팬들에겐 참으로 익숙하지 않은 말이자 장르이다. 레게하면 떠오르는 것이 뭐가 있을까.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긴한 밥 말리 (Bob Marley), 자메이카, 흑인 음악, 그리고 원색의 화려한 의상 정도가 머릿속에 떠오른다. 개인적으론 스컬을 좋아했기 때문에 그가 속해있던 스토니 스컹크라는 그룹도 떠오른다 (그나저나 얘들은 해체한건가? 기다리고 있긴 한데..). 그러면 레게란 무엇인가? 우선 레게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도록 하자.

레게 (영어: Reggae)는 1960년대 후반 자메이카에서 발전한 음악 장르이다. 자메이카 음악의 한 장르인 스카와 록스테디에서 출발하여 여러 음악 장르의 영향을 받아 발전 하였다.

레게의 음악적 특성은 오프 비트라 불리는 독특한 약박 리듬에 기반한다. 레게의 리듬은 4분의 4박자로 보통 스카보다는 느리게 연주되며 한 마디의 세 번째 이 강박이다.             


이처럼 자메이카에서 시작된 이 음악은 1970년대 밥 말리를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알려지고 되고 지금까지도 여러가지의 형태로 변형되어 다양한 장르에 걸쳐 녹아들어 사용되어 지고 있다. 하지만 7~80년대의 유행에도 불구하고 개성 넘치고 유니크한 스타일 때문인지 매니아적이고 비주류의 음악으로 분류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음악의 다양성이 결여되어 있는 한국 음악계선 레게음악을 하는 뮤지션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인디 음악의 황무지에서도 꿋꿋히 레게음악을 지향하는 그룹을 꼽아 보자면 '윈드 시티'와 이 글의 주인공인 '소울 스테디 락커스' 정도가 있다. 




인지도라고는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인디밴드이기 때문에 어떤 그룹인지 정도는 짚어보고 넘어가자.
소울 스테디 락커스는 2008년 고교 동창들이 모여 결성된 5인조 레게밴드로 Jun Beck (리더, 키보드), 고병구 (리드보컬), 전차인 (기타), 김재호 (베이스), Curly Curly (드럼, 퍼커션)으로 구성되어 있고, 데뷔 직후 'EBS 헬로루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우수 인디 뮤지션'에 선정되어 인디계의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2009년 4월 첫번째 EP 이후 당시 베이스를 담당하던 멤버가 군문제로 빠지게 되고 창조의 고통을 겪고, 무기력한 나날들 보내고 있던 그들이 1년이 지난 지금 그간 만들어냈던 곡들을 다 엎어버리고 그 쓸쓸하고 괴로웠던 시절의 심경을 담아낸 2번째 EP를 내놓았다. 그 어두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이 앨범안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수록곡

1. The Changing World
2. 숨 쉴 수 없는 공기
3. Hide & High
4. 봄비 내리면
5. Jive Mood
 




  리뷰

자 어떤가? 그렇다. 소울 스테디 락커스의 레게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화려하고 즐거운 아프리카 레게와는 거리가 멀다. 드레드머리를 하고 의미없는 여흥구를 곳곳에 질러주는 (마치 요즘 하하가 무도에서 "쌔~" 하는 것처럼) 레게, 예를 들면 스토니 스컹크와 같은 장르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이것이 그들만의 색깔로 만들어낸 소울 스테디 락커스 표 레게인 것이다.


앞에서 언급하였듯 자신들의 고뇌와 쓸쓸함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이야기와 같이 앨범 전체의 분위기는 대체로 차분하고, 고요하며, 우울하기까지 하다. 마치 시를 읽는 듯한 약간은 추상적인 가사들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하고 있다. 전주의 머릿부분을 빵 때리는 듯한 비트를 시작으로 울어제끼는 듯한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첫 곡 The Changing World는 무엇이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는 사회의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 중 하나로서의 고민을 보여주는 곡이다. 마지막에 호소하는 듯한 보컬과 중간중간 때려주는 스타카토 식의 비트와 서글픈 바이올린이 만들어주는 이 곡의 분위기는 이들이 보고 있는 세계는 그리 밝지만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과연 이들안에는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는 걸까.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두번째 곡 숨 쉴 수 없는 공기. 어떤 것들이 그들을 숨 쉴 수 없게 만드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안대를 차고 끝 없는 사막을 걷는다는 가사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 그 고민을 이 노래를 통해 뱉어 내고 있다. 간주에 배치한 무규칙적인 기계음들과 이 노래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상대적으로 전진배치 되어 있는 베이스가 곡의 분위기를 더욱 잘 살려주고 있다.

세번째 곡 Hide & High 는 앞선 두 곡보단 가볍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가사와 연결해 제목을 간단히 풀이해보자면, 그대와 함께 은밀하지만 뜨겁게 사랑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수 있다. 일렉 기타를 중간 브릿지 부분 끝자락에 잠깐을 제외하곤 자제하고, 곡 전반에 걸쳐 마치 모기가 날아다니는 듯한 기계음과 둥둥거리는 베이스로 끈적하고 야한 분위기를 연출해냈다. 이런 장치들로 인해 우리가 듣고 있는 가사보다 더 야한 느낌을 주는 곡이다.

이 후 앨범의 타이틀 곡인 봄비 내리면이 등장한다. 앞선 곡들 때문인지 이 곡은 마치 어깨가 들썩거릴 정도로 환한 곡처럼 느껴진다. 분명 그 정도는 아닌데 말이지. 듣기 편한 가사와 멜로디는 대중들의 귀를 잡아 끌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이고, 2절부터 등장하는 레게 특유의 리듬인 오프 비트를 일렉과 퍼커션이 잡아주면서 '아 레게 그룹이었지' 라고 한번 더 일깨워준다. 

제목만 보고 '그렇지 명색이 레게밴드인데 신나는 곡 하난 있어야지' 하는 기대를 역시나 저버리는 마지막 곡 Jive Mood. 주위 사람들이 모두 떠나고 혼자 남은 쓸쓸함을 여실히 보여주는 곡이다. 

소울 스테디 락커스는 자신들만의 레게 색깔이 뚜렷하다. 정통 레게가 아닌 락이 가미되어 자신들의 음악의 폭을 넓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고, 자연스레 묻어나는 재즈의 느낌으로 보아 재즈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레게 특유의 리듬감을 잃고 있지 않아, 자신들이 재해석한 이 스타일이 얼마든지 레게스러울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5곡으로 구성된 이 EP는 어찌보면 곡들의 색깔이 비슷해 듣는 동안 지겨울 수도 있지만, 가만히 뜯어보면 각각의 개성이 확실히 표현된 곡들이다. 소이 말하는 잘 팔리는 노래가 아닌 온전히 자신만의 생각들을 담아낸 곡들이다 보니 대중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그만큼 자신들의 음악적 색깔을 더욱 여실히 보여주는 것 같아 더 매력있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곡들을 묶어 앨범을 내준 기획사가 대단해 보이기도 한다. 

한국식 레게를 느껴보고 싶은가? 그렇다면 이 앨범을 들어보라. 아주 우울한 레게에 흠뻑 빠질 수 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