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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싱글 앨범 리뷰

북치고 장구치는 원맨밴드 텐츠의 첫번째 [EP] - 텐츠로드

by 길브로 2011. 5. 9.


  여는 글

참 여러모로 요즘 우리 가요계는 재미있다. '슈퍼스타 K'나 '위대한 탄생' 등의 실력있는 아마추어들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현 가요계의 최고 수준의 가수들이 모여 경연을 펼치는 '나는 가수다'가 대히트를 치면서, 그 동안 가요계를 휩쓸었던 아이돌 가수들의 가창력에 대한 재고의 필요성을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메이져 음악 시장으로 나오지 못하던 소이 '뮤지션' 들이 재조명이 되는 순기능을 등에 엎고 자신있게 원 맨 밴드로서 앨범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낼수 있는 실력을 가진 뮤지션이라는 장점을 내세워 나온 가수가 있다. 그가 바로 텐츠이다.




텐츠, 본명은 이의중으로, 1978년 1월 21일 생으로 2008년 싱글 앨범 '상관없어' 로 데뷔해, 데뷔 앨범 포함 싱글 2장, 미니앨범 1장을 냈다. 인디에서 활동하는 가수라 인지도가 없어 텐츠라는 이름이 생소했지만, 앨범의 기획부터 전곡의 작사, 작곡에 연주, 녹음까지 혼자 해내는 가수라 관심이 가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의 초창기라 할수 있는 2008년의 두 싱글앨범은 다소 과격하다고 할수 있는 하드한 사운드를 내뿜는 곡들이었다. 두번째 싱글의 타이틀인 '블랙보드 정글'은 한국의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곡이었으니 듣지 않아도 어떤 사운드였을지는 상상이 갈것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다소 부드럽고 가벼운 브리티쉬 락이 중심이 된 미니 앨범을 들고 2년만에 돌아왔다.



  수록곡

1. 니가 없는
2. 텐츠로드 (Radio Edit / feat. 지해 of Girls Day)
3. 플라스틱 보이
4. 텐츠로드 (Full ver. / feat. 지해 of Girls Day)
5. 니가 없는 (Instrumental)
6. 텐츠로드 (Instrumental)
7. 플라스틱 보이 (Instrumental)







  후기

7곡으로 구성된 텐츠의 첫번째 미니 앨범은 전반적으로 따스한 느낌을 준다(실질적인 신곡은 3곡). 텐츠같은 싱어송라이터는 곡의 소재가 자신의 인생이나 경험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에, 추측해보건데, 사랑도 해보고 이별도 해보고, 아마 다시 사랑을 하고 있는 기간이었지도 모르겠다.

시디를 재생하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이번 앨범 타이틀 곡인 니가 없는. 자, 이 노래는 대놓고 부르는 사랑노래다. 통기타로 가볍게 시작하는 전주를 지나면, 마치 사랑하는 연인을 앞에 두고 얘기를 하는 듯한 가사가 전곡을 덮고 있다. 하지만, 흔하디 흔한 통기타 하나 치며 부르는 사랑 노래라고 생각하기는 조금 부족하다. 첫번째 후렴부터 키보드, 드럼, 일렉 기타들이 슬금슬금 기어나오면서 간주에서 빵 터뜨려 주는 기타 솔로는 브리티쉬 락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일렉 기타의 멜로디는 단순한듯 하지만 자칫 지루해질수 있는 발라드 멜로디를 좀 더 극적으로 끌어올려 주고 있고. 2절부터는 통기타 위에 베이스가 먼저 나오면서 후렴에 와서는 모든 악기와 코러스까지 들어오면서 클라이막스를 맺어주고 있다. 필자는 원래 노래를 이렇게 해부하면서 듣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위에서 수학 문제 풀듯이 분석을 해놓은 이유는, 그만큼 텐츠가 곡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로 노력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이러해서 아주 들을만한 브리티쉬 락 발라드 한곡이 나온것이다.


 

두번째 트랙은 두 사랑노래의 지루함을 달래주기 위해 가운데 끼어 넣은 빠른 템포의 곡 텐츠로드이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랩 피쳐링의 요즘 한창 인기를 얻고 있는 걸스데이의 지해이다. 필자도 이 처자를 평소에 눈여겨 보고 있었다. 이쁜 얼굴만큼이나 곡에 이쁘게 어울렸으면 하는건 과욕이었나. 텐츠가 음악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보여주는 노래인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강렬한 밴드의 사운드에 걸스룹의 흔한 후크송에서나 들을 법한 지해의 랩은 시너지 효과를 노리는 피쳐링의 본래 목적과는 동 떨어져 곡의 전체적인 흐름에 흠을 내는 듯 하고. '흔들흔들 거리는 꿈을 꽉잡아, 흐트러진 맘 이등병처럼 각잡아' 같이 라임을 억지로 끼워 맞춘듯한 가사도 이에 일조 하고 있다. 곡의 완성도를 위해 지해의 랩을 꼭 넣었어야 했나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첫곡에는 느끼지 못했던 텐츠의 보컬의 한계점이 보이기도 한다. 시원스럽게 속이 뻥 뚫리듯이 불러줘야 하는 곡에 텐츠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약간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자신을 너무나 냉정하게 버리고 떠난 여자를 원망하는 노래인 플라스틱 보이는 편안하게 들을수 있는 이별노래다. 이러한 잔잔한 노래에도 브릿지에 현악이 들어오며 페이스 오버하는 부분은 색다른 느낌을 주며 텐츠가 가지고 있는 곡 구성의 센스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텐츠라는 재능있는 싱어송 라이터를 알게 되었다는 것은 큰 기쁨이다. 홍대 인디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만큼 밴드 음악을 잘 이해하고 곡을 만들고, 적지 않은 나이에도 획일화된 우리 가요계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소신껏 한다는 게 얼마나 큰 용기인가. 그리고 앞선 두장의 싱글이 텐츠 음악의 과도기였다면, 이번 앨범은 어느정도 자신만의 길을 찾고 안정화 된 느낌을 주는 것이 텐츠 자신에게도 큰 수확일 것이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곡 전반에 드러나는 보컬의 아쉬움, 곡이 좋아도 노래로 살리지 못한다면 큰 손해가 아닐수 없다. 그리고 인디 출신이라 하기에는 개성이 부족한 곡 구성이다. 곡들이 무난히 듣기는 좋지만 큰 임팩트를 주지는 못하고 있다.

이제 첫 미니앨범이기에 다음 앨범은 어떤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지 기대되는 가수 텐츠. 그의 더욱 발전한 정규앨범을 기대해 본다.